Album Name

GLOW

Artist

GLOW (이중협)

Genre

인디음악, 록/메탈

Release Date

2019.05.01

Release Agency

포크라노스

비가 내리네 - GLOW (이중협)
밖에 비가 내리네
우산을 놓고 와버렸던
어렸던 나는 엄마를 기다리다
서서히 빗물은 얇아지고 메마르고
먹구름도 저기 멀리로
달아난 지 오래라
비 맞으며 걸었네
맞을 만하다며 어리광 떨었네
내리는 비와 춤추다
어느새 내 새 옷에
축축하게 젖었네

밖에 비가 내리네
우산을 들고 펼쳤는데
홀딱 젖었던 옛 기억에 빠져들 때
갑자기 내리는 빗물이 굵어지고
눈앞은 우는 수채화마냥 번지고
하수구 넘쳐 흐른 물은
갈 곳을 잃고서
깊숙하게 파인 물웅덩이로 흘러 고여
어제도 지나가던 자동차 바퀴에
깔려 삐져나와 퍼져 들어와 내 귀에
이제 그 어떤 소리도
선명찮고 먹먹해
깨깽발을 하고 물을 빼다가 반대쪽에
방금 내린 비가
고막 뒤편까지 적시고
짜증 날 때쯤
내 새 옷은 다 젖어버리고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씨익 웃어버리고
녹슬고 망가진 우산은
집어 던져 버리고
어차피 혼자 가는 길 눈치 보이던
고양이도 제집 찾아가고
나만 서 있어
더 이상 내겐
메마른 구석 따위는 없어
내리는 비를 피하거나
막고 싶지 않아
서서히 빗물은 굵어지고 무수해지고
하수구 넘쳐 흐른
물은 갈 곳을 잃고선
웅덩이에 빠졌네
지나가던 차 바퀴에 깔렸네
내리는 비와
춤추다 어느새 내 새 옷에
축축하게 젖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