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Name

창작소리극 노인과 바다

Artist

부원결의

Genre

국내뮤지컬, 국외뮤지컬

Release Date

2021.12.13

Release Agency

MusicBee

산티아고는 현기증이 나고
구역질이 났습니다
눈조차 잘 보이지 않고
살갗은 다 터지고
속살이 허옇게 드러난 손으로
작살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배를
훤히 드러내고 떠 있는 저 고기
작살이 꽂힌 그 사이를 헤집고
빠져나오는 피가 수면을
붉게 물들어가더니
고기떼처럼 시커멓게 보이다가
구름같이 서서히 퍼져 갑니다
이건 분명 꿈이 아니다
이 정도의 상처는
얼마 안가서 나을게다
이제 해야할 일은 오직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하는 것이다
검은 피구름이
깊은 바다 속으로 퍼지고
피 냄새에 굶주린 놈들이 하나 둘
수면을 박차고 솟아올라
다시 깊숙히 빠져들어
피냄새를 쫓아온다
그것은 바로 바다의 포식자 청상아리
날카로운 푸른 머리 커다란 눈
튀어나온 주둥이 속에
어떤 고기라도 삼킬 것 같은
거친 이빨
그리고 높이 솟은 등지느러미가
가차없이 물을 베어낸다
덴투소 내가 본놈중에
제일로 큰놈이다
오너라 이 망할 놈의 자식아
그때 커다랗게 벌어진
상어의 아가리가
꼬리를 향해 달려든다
꼬리의 살점을 물어뜯자
곧이어 상어의 머리가
덴투소 상어의 머리가
물 밖으로 드러난다
작살로 머리통을 겨누자
작살로 머리통을 겨누자
두 눈의 저 줄과 코에서
쭉 올라간 저 줄이
만나는 그 지점에
작살을 내리 꽂았다
머어어어엉 도오오오올
그때여 청상아리 작살과 함께
가만히 떠 있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는다
사람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노 손잡이에다 칼을 묶어 놓자
그래 나는 틀림없이
늙은이에 불과해
그래도 내 손에는 무기가 있다
이번엔 갈라노 너냐 어서 오너라
이놈 갈라노야 아
앞놈 뒤로 유유히 따라오는
다른 놈의 지느러미
넓적하고 평평하고 삽처럼 뾰족한 머리
넓은 가슴지느러미와
스치고 지나가는 갈색의 꼬리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산것이나 죽은것이나
가리지 않는 바다의 하이에나
피냄새에 흥분한 갈라노들
반드시 냄새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달려든다
칼에 묶인 노를 잡았다
손이 아프다 손을 풀어보자
한 놈은 몸을 돌리더니
배 밑으로 들어가고
몸부림치며 고기의 밑가죽을
물어 띁어내다 배가 흔들리고
또 한 놈은 꼬리를 달려들어 물어뜯자
곧이어 갈라노 머리가
망할놈의 갈라노
머리가 물밖으로 드러난다
냅다 찔러 이번엔
누런 눈을 향해 칼을 내리꽂아
지가 죽는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삼키고 가네
저 갈라노자식
한 놈이 남았다 배가 흔들린다
닻을 내리고 배를 돌리자
입안에 고기의 살점이 가득한
상어가 보인다
기회를 놓칠세라 냅다 찔러
살갗만 찢어지고 또다시
저 저저 주둥이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
살점에 코 박고 있을 때
다시 찔러 칼날을 뽑아 또 다시 찔러
안떨어져
왼쪽 눈도 찔러
이놈 안 떨어져
깊게 들어간 칼을 뽑아
갈라노 주둥이 속으로 다시 우두두두둑
죽어라 이놈 갈라노야
어둠 속 깊이 가라앉아서 먼저 간
네놈 친구인지나 어머니인지나
만나봐라 가래상어 네이놈
사람 머리가 들어갈 만큼 넓은 주둥이
돼지가 여물통 달려들 듯 달려든다
기다린다 맘 놓고 먹도록 기다린다
그 순간 노 끝에 묶어둔 칼로
단 번에 그놈의 뇌를 찔러
몸통을 튕기자 칼이 팅 하고 부러지고
돼지는 바다 저 깊숙히 사라져 간다
곧 육지가 보였으면 자네는 지쳤군
늙은이 정말 속속들이 지쳤어
해지기 바로 직전
상어들이 달려든다
갈라노 두마리
작살도 없고 칼도 부러지고
마지막 남은 내 몽둥이
한 놈이 주둥이를 처박자마자
몽둥이를 높이 들어
정수리를 향해 힘껏 한번
다시 한번 세차게
배 밑에서 올라온 또 한 놈의
주둥이 양 옆으로
허옇게 삐져나온 살점들
몽둥이를 냅다 휘둘러
놈의 머리를 한번
다시 또 한번
오너라 이놈 갈라노야 어서 오너라
텅 텅 터덩
그때여 산티아고 될 수 있는 한
몽둥이를 아주 높이 올려
있는 힘껏 훅
또 한번 훅
후훅 후훅 후훅 후훅 후훅 후훅 훅
널 패배시킨건 누구냐
아무도 무엇도 아니다
내가 너무 멀리 나갔던 것 뿐이다
상어떼가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