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Name

Auckland

Artist

오클랜드 (Auckland)

Genre

랩/힙합, 인디음악

Release Date

2017.11.22

Release Agency

(주)루미넌트엔터테인먼트

술잔 - 오클랜드 (Auckland)
열두시 반 아버지가 퇴근할 시간
난 컴퓨터를 끄고 이불을 펼친 다음
혼자 가사쓰며 중얼중얼
아버지는 오늘밤도 혼자 술만 드셔
우린 아무런 대화도 안해 서로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네
술에 기대 매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게 초라해
예전엔 부장님 이사님
소리 들었다는 얘기
넌 기술직에 들어가서 20년만 버텨라
지겨운 잔소리 한귀로 흘려버려 난
잊고싶은 현실을
가사에 담아 위로받아
어쩌면 아버지가 술마시는 거랑 같아
빚더미 위에 올라 현금카드 발급정지
어젯밤엔 카드 하나
만들어달라 말씀하셨지
엄마랑 누나는 아빠를 맨날 욕해
우리 가족은 서롤 사랑하지 않는듯해

친척형네 놀러가서 같이 술을 마셨어
형이 그러대 날 많이 걱정하신다고
내가 속썩이지 말고 장남으로써
어쩌고 저쩌고
다음 얘기들은 잘 기억 안나
내 머릿속 그분의 모습들은 대부분
엄마를 발로 차고 욕해대던 괴물뿐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음악을 켜도
방문 너머 들려오는
고함소리가 지겨워
한번은 나도 맞서서
고함지르고 싸웠어
그날 이후로 아버진
내게 말걸길 망설여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잔을 잡고
만나고 다녔을까 엄마가 말하는 딴년
원망도 동정도 다 식어버린지 오래
그저 술에 취해
내게 하는 말들이 불편해
난 귀를 막고 눈을 감아
유일한 도피처
여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난 돈을 벌어야해 우리 엄마한테
집을 사주고서 편안하게
쉬라고 말해줄수 있을 정도로 많이
누구보다도 행복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함없이
눈 비비고 앞을봐 흐릿한 시야
어두컴컴해 신기루조차 안보이지만
일단 가야돼 내일은
해가 뜨길 바라면서
술잔을 들어 어젯밤의 아버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