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Name

아내의 빨간 발바닥

Artist

정형근

Genre

포크/블루스

Release Date

2020.09.18

Release Agency

빅밴드

어머닌 김장하시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하셨지
연탄 백장 드리시고 정말 좋아하셨지
김치 중의 김치는 배추김치라고 하셨지
억센 껍질 벗기고
반으로 갈라 절이셨지
찬 바람이 불면 오이 김치는
밥상에서 사라지고
김장할 때가 됐다고 어머니 서두르셨지
아버진 대추나무 밑에 구덩일 파고
김장독을 묻고 얼지 않게
단단히 덮으셨지
어머니는 짚으로 만든 뚜껑을 열고
웅크리고 엎드려 김치를 꺼내고
두부와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 끓이시고
우리 학교 갈 때
도시락에 김치 깔아주셨지
찬 바람이 불면
어머니 호박김치 담그셨지
아버지 지져 주신다고
찬장에 남은 김치를 커다란 양푼에 넣고
참기름 붓고 밥 넣고
고추장 듬뿍 숟가락 여러 개 꽃아
사랑방에 둘러앉은 우리에게
갖다주시던 어머니
이젠 김장이라고 해봐야
배추 몇포기 안 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호박김치도 안 해
여기저기 얻어먹고 인터넷으로 사 먹고
올엔 아직 묵은지
한 통 남아 있어 다행이다
작년엔 찹쌀풀 쒔다 깜박 잊고 안 넣었지
그래도 어머닌 맛이 괜찮다고 하시데
찬 바람이 불면 뒷집 할머니
부엌칼 가져오셔서 깍두기 썰어 주셨지
그땐 우리 어머니도 칼 들고 도마 들고
깍두기 썰고 무채 썰고
온 동내를 다니셨지
어머니 참 예쁘셨는데
준비한 양념과 무채를 버무립니다
아내가 보쌈 싸서 내 입에 넣어주고
난 옆으로 받아먹고 코를 훌쩍거리며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어 줍니다
어머닌 양 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이시고
아궁이에 잔불을 풍로에 담아
생선 굳고 고기 굳고 찌개 끌이시고
누나는 어린 동생 둘러업고
아버질 따라다녔지만
난 손풍구를 돌리며 어머닐 도와줬어
손등으로 코를 비비면
새까맣게 코가 나왔지
고향 집 앞마당에 파란 하늘 보고 싶다
즐겁고 행복했던 김장하던 날
찬 바람이 불면 내일도 힘들겠지
김치 먹고 힘내자
어머니 아버지 다시 만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