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Name

향단 방자 사랑가

Artist

박인혜

Genre

국악, 판소리/단가

Release Date

2020.06.11

Release Agency

사운드프레스

도련님과 춘향과 사랑가로 업고 놀제
그때 밤중에 오월 봄바람인지
생쥐 한 마리 지나가는지
춘향 방 문밖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지
본디 사랑가는 춘향이 도련님
이야기뿐 이라고 하나
그렇게 소리를 맺고 보면
혈기왕성한 방자 향단이가
퍽이나 섭섭해지는 것이었다
향단이 문밖에 조용히 섰다
저희 아씨 도련님과 노는
거동을 몰래 보고
심중에 부끄러워 얼굴빛이 붉어지나
이내 온몸이 베베 꼬이지
방자가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더니
자진걸음으로 우루루루 와서는
오메 향단이 너 지금 여기서 뭣허냐
방자야 쉿 하더니
이것이 박인혜 더늠 향단이 방자
사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여 향단이가 방자 손을 잡아끌어
춘향집 뒷 숲 울밀한 송죽 사이
깊숙이 향해놓니
시각은 삼사경 되어
대나무 잎들만 바람에 쉬이
밤새 소리는 부우
깊은 밤 이팔청춘 처녀총각
사랑가로 노니는데
양반 상놈이 어디 있으며
사랑방 대숲이 어찌 다르랴
둥근 달 아래 연분홍 치마 밑
축축해진 향단이는
온몸이 달싹 급하여서
제 저고리 옷고름을 스르르 풀어보나
방자의 너스레가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향단을 품에 안고
제 도련님 허는 모양
사후 기약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너는 죽어 방아 바닥이 되고
나는 죽어 방앗공이가 되어
강태공의 조작방아 떨그덩 찌거들랑
니가 나인 줄 알려므나
방아되기 내사 싫다
나는 여자로 태어나서 어찌
지금이나 죽어서나
밑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란 말이냐
방아되기 내사 싫다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암쇠 단 맷돌 위짝이 되고
나도 죽어 수쇠 단 맷돌 아래짝 되어
위아래로 쩍 하고 붙어
휘휘 돌려가며 놀아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