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Name

기껏

Artist

보명

Genre

포크/블루스

Release Date

2018.04.27

Release Agency

콩지뮤직

기껏 - 보명
하나 둘 셋
그들의 소리 따위 들리지 않는
이곳이 이데아
이어폰을 낀 것만으로도
안정되는 기분
창가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뜨고 느끼면
창문에 남은 잔상들이
몸을 통과한다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에
크게 생긴 구멍
꾸역꾸역 귀를 막는 걸로
안정이 되어가
찢어진 바느질에 아무리
깔끔하게 메우려 해도
남은 실타래들이 엉켜서
몸을 통과한다

기껏 살아왔는데
대단치도 못하고
이렇게 살면
한심한 걸까
기껏 태어났는데
사람들이 싫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지
빛 바랜 보도블록 위에서
사람 구경을 하는 비둘기
온몸에 인두겁을 둘러쓴
사람들 앞에서
평화의 상징이었던 영광 따윈
잊혀진 지 오래
도로에 생긴 아지랑이가
몸을 통과한다
진하게 코를 자극하는
꽃 냄새를 따라서 앞으로
몽롱해진 기분으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조금 흐트러진 탓에
팔리지 못한 꽃다발
깔아 뭉개진 꽃잎들이
몸을 통과한다
기껏 버텨왔는데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서 살면
더러운 걸까
기껏 피어났는데
발하지도 못한 채
한평생을
살아가네
우 우 우 우우 우 우 우
우 우 우 우우 우 우 우